한전은 적자인데 자회사는 흑자인 SMP(전력도매가격) 상한제 이야기
안녕하세요 인문지기입니다. 오늘은 국내 최대 시장형 공기업인 한전의 적자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고 왜 그 자회사들은 흑자를 보고 있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같은 지붕아래에 가난한 형과 부유한 동생이라고 표현 가능하겠습니다. 그리고 이 현상의 원인이 된 SMP(System Marginal Price - 계통한계가격 = 전력도매가격) 이슈를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1. 가난할 수밖에 없었던 형(한전)의 적자원인
먼저 한전은 2003년부터 2017년까지 대부분 영업이익에서 흑자를 냈던 우량 기업입니다. 그리고 그중 적자를 냈던 해가 2008년과 2011,2012년입니다. 눈치가 빠른 분들은 아시겠지만 2008년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으로 시작한 세계 금융위기가 있었고 2011,12년도는 중동에서 '아랍의 봄'이 일어나며 국제사회가 불안정하였습니다. 즉, 한전은 국외의 상황에 영향을 받는 기업입니다. 그런데 2018년부터 한전은 적자를 기록하기 시작합니다. 잠시 2020년에 흑자를 보더니 2021년 약 5조 8000억의 적자를 보고 2022년 1분기 동안 7조 7800억의 적자를 보았습니다. 그 후에도 손실이 계속해서 5조,7조 원대로 나고 있는 상황에서 적자를 감당하기 위한 방법으로 한전은 채권을 발행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레고랜드 사태가 터지게 되면서 한전의 발행금리가 6%대까지 치솟습니다. 이런 상황은 시장의 돈을 한전의 채권으로 몰리게 합니다. 그러면 반대로 자금난을 겪는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은 이른바 자금 경색과 연쇄부도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 되었던 것이고 여기서 정부는 새로운 대책을 내놓습니다.

근본적인 한전의 적자원인은 저렴한 전기요금입니다. 우리나라의 전기요금은 OECD의 다른 나라와 비교하더라도 매우 저렴한 수준입니다. 저렴한 요금은 우리나라의 특징 중에 하나인데, 전기요금뿐만 아니라 다른 공공부문에 있어서도 적은 비용으로 양질의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특징은 소비자들에게는 이득으로 보이지만 시장의 가격을 왜곡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왜곡과 현실의 가격차이는 고스란히 한전이 떠맡게 됩니다. 여기서 가격차이는 적자가 되는 것입니다. 즉, 가격차이를 줄이는 것이 적자를 줄이는 것입니다. 여기서 재밌는 전략이 나옵니다. 바로 사 오는 가격을 줄이는 방법입니다. 이것이 SMP 조정입니다.
2. 부유한 동생은 가난한 형 뒤에서 웃고 있었다.

한전은 앞서 말한 대로 계속해서 적자를 보고 있었지만, 한전의 자회사들은 흑자를 보고 있었습니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전기사업의 구조를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먼저 한전은 기본적으로 전기를 판매하는 사업자일 뿐 생산은 발전사들이 합니다. 여기서 발전사는 민간과 공공으로 나누어집니다. 또 발전사는 원자력발전, 수력발전, 풍력, 화력 등 다양한 발전사들이 있습니다. 그럼 민간과 공공부문에서 사 오는 가격은 같을까요? 다를까요? 정답은 같습니다. 이것이 발전사들이 수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일단 발전 단가가 가장 낮은 것은 원자력입니다. 반면 발전 단가가 가장 높은 것은 화력(LNG)입니다. 한전은 전기의 사용량을 예측하고 전기공급계획을 세웁니다. 그리고 먼저 가장 단가가 저렴한 원자력을 사용하다가 전기의 공급량이 최대로 많이 필요한 시간 (오후 1시~4시)에는 모든 발전소가 가동됩니다. 그런데 전기를 사 오는 가격을 가장 비싼 단가인 화력발전(LNG)의 단가로 계산을 하여서 원자력에서 생산된 전기를 사 오는 것입니다. 즉, 화력발전을 제외하고는 무조건적으로 이득을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입니다. 그 와중에 중부발전을 제외한 화력발전소들도 이득을 봅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서 LNG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SMP 가격 자체가 상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발전소들은 LNG가 아닌 다른 원자력이나 풍력, 수력등으로 발전단가는 상대적으로 적게 상승하였습니다. 결국 생산가격과 SMP 가격의 차이가 나기 시작하면서 모든 발전소들은 전쟁특수를 맛보게 됩니다. 이러한 내막이 있었기에 가난한 한전과 부유한 발전사들이 존재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3. 알면 알수록 재밌는 SMP 이야기
그럼 SMP 전력도매가격은 왜 발전단가가 비싼 가격으로 설정된 것인지 궁금증이 생기실겁니다. 이것은 국가의 전력공급계획의 방침으로 나타난 제도입니다. 우리나라는 전력공급사업에 공공부문뿐만 아니라 민간부문도 참여하기를 원하였습니다. 그런데 발전 설비를 만들고 가동하는 비용은 천문학적인 금액이므로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쉽게 참여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그 비용은 누구나 부담스러워하기에 민간부문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 발전소를 만들고 전기를 팔기만 하면 이익이 날 수밖에 없는 SMP(전력도매가격)을 설정한 것입니다. 그 결과 작년 3분기 동안, 대기업 계열사의 6개 민간사업자는 1조 5000억의 영업이익을 기록하였습니다. 여기서 하나 더 알아두면 좋은 것이 '정산조정계수'입니다. 발전사들이 과다한 손해나 수익을 보지 않도록 SMP에 정산조정계수를 적용하여서 한전이 발전사에 전기가격을 지불하는 것인데 이게 민간부문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즉, 엄청난 초과이익이 가능한 구조입니다. (손해도 책임지지 않기는 하지만 이미 SMP 자체가 손해를 보지 않도록 설정된 제도입니다.) 그렇기에 정부는 지난해 12월부터 SMP 상한제를 시행하였습니다. 전쟁특수로 인한 발전사들의 수익을 통제함으로써 전기 구매가격을 줄이고 한전의 적자도 줄여보자는 제도입니다. SMP 상한제란 직전 3개월간의 평균 SMP가 이전 10년 평균 SMP의 상위 10% 이상을 기록할 경우 긴급하게 SMP의 상한을 정하는 긴급정산상한가 격 제입니다.

여기서 재밌는 점은 SMP는 원래 국가의 약속에 가깝습니다. 그렇기에 상한제는 한시적인 제도로 시작하였고 3개월 이상 지속하지 않는 것을 약속하였습니다. 그렇게 12월, 1월, 2월에 상한제를 실시하고 해제하였습니다. 그리고 3월은 상한제를 실시하지 않았고 4월부터 다시 3개월을 상한제 설정을 하겠다는 정부의 움직임이 있습니다. 즉, 한 달 쉬었으니깐 다시 3개월을 상한제를 실시하겠다는 얘기입니다. 그렇게 조금 억지를 부려서라도 한전의 적자를 줄여나가겠다는 정부의 전략입니다.
4. 한 지붕 아래에서 단란한 가족생활 하시길

오늘은 한전의 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인 SMP 조정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았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인 저렴한 전기요금은 해결하지 못하였습니다. 국민들은 전기요금, 수도요금등 공공요금의 상승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곧 선거가 있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는 공공요금을 올리는 선택을 고려한다는 것만 보도되더라도 선거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파는 가격은 유지하되 사 오는 가격을 줄이겠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인문지기는 우리나라의 공공요금이 매우 저렴하고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에 대해서 동감합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SMP가 조정되도록 하는 논의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글을 쓰다 보면 저의 관점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느끼고 있고 관점이 들어가다 보니 다방면으로 보지 못하고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인문지기는 부족한 것이 많습니다. 제가 틀린 내용을 서술하였거나 사건의 전개가 뒤 바뀌어있다면 댓글로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래는 근무시간 개편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관심있으신 분은 읽어보시면 감사하겠습니다.
https://phmonkey.tistory.com/m/entry/%EC%A3%BC-52%EC%8B%9C%EA%B0%84-%EA%B7%BC%EB%AC%B4%EC%A0%9C%EA%B0%80-%EB%82%B3%EC%9D%80-%EC%A3%BC-69%EC%8B%9C%EA%B0%84-%EA%B7%BC%EB%AC%B4%EC%A0%9C%EC%9D%98-%EC%9D%B4%EC%95%BC%EA%B8%B0-%EC%9D%B8%EB%AC%B8%EC%A7%80%EA%B8%B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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