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승리'가 말해주는 부산의 몰락 - 인문지기
안녕하세요 인문지기입니다. 앞선 " '도시의 승리'가 말해주는 사람은 왜 서울에 살아야 하는가?"에 이어서 부산의 몰락이라는 편을 작성해보려 합니다. ('도시의 승리'에서 디트로이트가 부산과 매우 흡사하다고 생각하여서 글을 작성합니다. 통렬한 비판도 겸허히 받아들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포스팅은 도시의 승리 중 두 번째 챕터인 '도시는 왜 쇠퇴하는가?'와 연결이 됩니다.)
앞선, 1편의 내용과 비교해서 읽으시면 더욱 이해하기 편합니다.
https://phmonkey.tistory.com/m/entry/%EB%8F%84%EC%8B%9C%EC%9D%98-%EC%8A%B9%EB%A6%AC%EA%B0%80-%EB%A7%90%ED%95%B4%EC%A3%BC%EB%8A%94-%EC%99%9C-%EC%82%AC%EB%9E%8C%EC%9D%80-%EC%84%9C%EC%9A%B8%EC%97%90-%EC%82%B4%EC%95%84%EC%95%BC%ED%95%98%EB%8A%94%EA%B0%80-%EC%9D%B8%EB%AC%B8%EC%A7%80%EA%B8%B0
'도시의 승리'가 말해주는 왜 사람은 서울에 살아야하는가? - 인문지기
안녕하세요 인문지기입니다. 오늘은 '도시의 승리'라는 책을 읽고 두 편의 글로 나누어서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이번 편은 '서울의 승리'편이고 다음 편은 '부산의 몰락'편
phmonkey.tistory.com

1. 부산의 발전 과정
부산을 이해하는데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항구'입니다. 항구는 다른 나라와 처음으로 만나는 장소로 부산은 외국 물품, 문화의 수입에 가장 첫 번째 지역이 될 수 있었습니다. 1876년 강화도 조약 이후, 부산포가 개항되었고 일본에서 들어오는 물품과 자본, 일본인들로 인해서 경제도 다른 지역보다 더 성장하였기에 시장이 형성됩니다. 시장이 형성되면 사람과 돈이 모이고 앞선 편에서 얘기하였던 서울 도시 발전 구조와 비슷하게 발전합니다. 물론 이것은 일본에 의한 개항이 수탈의 역사도 함께 포함됩니다.
그리고 광복이 오고 한국전쟁이 발발합니다. 한국전쟁 전 40만 명이었던 부산의 인구는 이후 110만 명이 됩니다. 즉, 전쟁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3배 가까이 인구가 늘어났고 도시는 팽창하기 시작합니다. 그때 피란민들이 팔았던 물건들이 국제시장이고 미군기지에서 나오던 캔 통조림을 팔았던 시장이 부평깡통시장입니다. 그리고 부산의 원 거주민들(어민)이 팔았던 시장이 자갈치시장입니다. 광복 후로는 부산으로 구호물자가 들어오고 외국 물건들을 팔던 시장이 국제시장입니다. 그렇게 부산은 여러 가지 시장이 형성되면서 돈과 사람을 모으기 시작합니다.
1970년부터 대한민국은 국가의 계획 아래에 수출주도의 공업화가 시작됩니다. 양질의 노동력을 가지고 경공업을 유치하여 수출하는 전략으로(개발도상국이 주로 선택하는 전략) 부산에서는 특히 신발산업과 합판산업이 대표적이었습니다. 부산에 자리 잡은 신발기업들 중 우리가 알만한 브랜드는 프로스펙스입니다. 또한 합판산업은 1970년 후반에 세계 수출량 1위가 될 정도로 엄청난 외화를 벌어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엄청나게 많은 일자리가 생기게 되어 부산 주변의 농촌 인구들이 유입됩니다. 그렇기에 계속해서 사람들이 모이면서 도시 스스로 생산하고 소비를 할 수 있는 도시가 됩니다. 그중에 프로스펙스는 부산이 낳은 하나의 개발품으로 '돈과 인적자본이 있어야 개발할 수 있다.'는 도시의 법칙을 증명한 사례입니다. 그렇게 부산은 발전해 나가고 있었습니다.
2. 부산, 몰락의 시작
"뉴욕과 디트로이트는 전통적인 제조업 도시였고 황금기가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경쟁력이 약화되었고 파산직전에 몰린다. 뉴욕은 의류업의 도시였고 디트로이트는 자동차의 도시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기술과 교통이 발전하였고, 지리적 이점(운송비의 절약)이 사라지자 뉴욕과 디트로이트의 제조업은 경쟁력을 잃었다. 그리고 경제가 침체되면서 일자리가 줄었고 노동자들이 떠나면서 인구가 감소했다. 반면 뉴욕은 부활하였고 디트로이트는 완전한 몰락을 하였는데 이는 새로운 산업을 도출해냈는가에 달렸었다." - 도시의 승리 中

현재 2023년 부산은 디트로이트와 같은 상황으로 볼 수 있습니다. 먼저 경공업의 몰락입니다. 부산의 대표적인 합판회사였던 동명목업은 전두환 정권에 의해서 하루아침에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신발 수출산업 또한 더 저렴한 노동력을 가진 동남아와 중국에 선두자리를 빼앗겼습니다. 수출로 인해서 경제적인 효과와 특수를 노렸던 항구도시의 회사들은 점점 운영이 어려워지고 폐업하기에 이릅니다. 결국, 일자리가 사라지기 시작합니다. 또한 국가정책으로 인해서 발전했던 항구산업에 경쟁자가 등장하였습니다. 2000년대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수출의 대부분은 미국이었으나 현재는 중국과의 수출이 가장 중요해졌고 그로 인해서 인천항이 중요한 항구가 되었습니다. 또한 현재 강릉과 속초를 중심으로 물류철도망을 건설함으로써, 부산이 아닌 동해안으로 무역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부산과 가장 지리적으로 가까운 일본은 외교적인 관계에 있어서 고질적인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3. 떠나는 청년과 관광산업
"성공한 도시들은 점점 더 늘어나는 공간에 대한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서 더 많은 건물을 지어야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건물이 도시의 성공을 만들어준다는 것은 아니다. 디트로이트와 뉴욕에서 도시 재개발로 인해 흉물스러운 슬럼가가 멋진 신축 건물들로 바뀌었을지는 모르지만, 그것이 도시의 쇠퇴를 막는 데는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다. 그런 멋진 신축 건물들은 사실 정치인들에게 성공한 도시를 만든 것 같은 이미지를 주기 위해서 세워진 '속 빈 강정'에 불과했다." - 도시의 승리 中
부산시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부산의 청년인구수는 2015년에 약 80만 명이었으나 2021년에는 약 69만 명으로 13% 정도 감소하였다고 발표하였습니다. 근본적인 원인은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부산을 중심으로 하는 대기업이 존재하지 않고 부산시는 산업을 1차, 2차 산업이 아닌 3차 서비스 산업에만 치중하였기에 관광도시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일자리는 없지만 자본은 계속해서 유입되므로 집값이 상승하고 청년들은 집값을 감당하지 못해서 주변의 창원, 김해, 양산으로 이동하다가 더 좋은 일자리와 삶의 터전을 찾아서 수도권으로 상경하는 형국입니다.
하지만 아파트와 건물은 계속해서 새로 지어지고 있습니다. 부산의 구도심지역인 남포동의 옆 동네인 서구 영도다리로 유명한 영도구는 현재 소멸우려지구에 속해있습니다. 즉, 구도심은 인구가 계속 소멸해가고 있고 해운대, 수영구, 동래구로 새로운 도심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해수동으로 불리는 지역에는 산업을 선도하는 기업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새로운 건물들이 세워지면서 인구가 이동할 뿐 새로운 산업이 존재하는 곳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렇기에 부산은 오로지 관광이라는 산업으로 버티고 있는 현실입니다.
4. 일자리가 없어서 청년이 떠나도 도시 경쟁력은 유지될 것인가?
"빌바오의 사례는 예술물(구겐하임 미술관)로서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고 그것으로 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다. 하지만 빌바오라는 도시는 이례적인 케이스였고 그 이후의 다른 도시들도 미술관을 지었으나 관광객 유치에 실패하였고 적자만 보았다. 그리고 빌바오도 900여 개의 일자리를 만들기는 하였으나 미술관 프로젝트로 바스크 재정은 감소하였다고 발표하였다." - 도시의 승리 中

부산은 관광도시로 가치가 높은 도시입니다. 구도심은 20세기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고 해운대, 광안리는 현대를 상징하는 마천루와 다리의 야경이 존재합니다. 그렇기에 지속적인 관광객의 유입은 가능합니다만 문제는 관광지를 제외한 주거지에 활력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해안도시의 특성으로 겨울에는 관광객이 줄어들어 거리에 활력이 떨어집니다. 그리고 노인인구는 상대적으로 늘어나서 복지비용은 계속해서 증가해야 하는 한편에 세수확보는 갈수록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렇기에 부산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산업을 형성하지 못한다면 몰락은 점점 시간문제로 보입니다.
5. 부산시장이 이 문제를 해결한다면 대통령도 가능할 것
마지막으로 제 생각을 말씀드리자면 '위에서 언급한 문제를 해결하는 부산 시장이 나온다면 지방소멸과 수도권 집중화를 저지한 정책을 내세운 사람으로 대통령 후보로도 선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자리의 수도권 집중화 문제는 풀기 어렵고 늘 새로운 기록을 세우는 최저의 출산율과 맞물려서 지방의 인구소멸이라는 문제가 나온 것입니다. 그리고 광역시인 부산도 문제를 피해 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곧, 부산 내에서는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문제가 발생하여 슬럼가가 형성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디트로이트의 경우에는 위대한 파괴라는 캠페인을 벌여서 건축물을 파괴하고 도시의 공원을 만드는 등 인프라를 더욱 좋게 하는 사업을 진행하기도 하였습니다.
제가 현재의 상황에서 제안하는 것은 청년들에게 집을 주는 황당한 정책을 제안합니다. 조건은 20년 동안 부산에 거주하고 있어야 하며 부산시 내에서 일을 하는 것으로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집이라는 상품은 떨어지더라도 쉽게 팔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실제로 거주한다면 집값이 떨어지더라도 팔지 않고 그 집에서 살기 때문입니다. 즉, 일자리가 줄어들고 양질의 일자리가 없더라도 거주하는 집이 존재한다면 그 집을 쉽게 처분하고 떠나지 못하는 것입니다. 도시의 승리 중에서 디트로이트에 남아있는 사람에 대한 조사를 한 결과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쉽게 디트로이트를 떠나지 못하였고 시간이 지난 후에는 도시 내에 빈집이 많아지자 다른 도시에 비해서 더 저렴한 가격에 집을 구하게 되어서 도시를 떠나지 않았다는 조사결과가 담겨있습니다.
현재 부산은 새로운 아파트들이 계속해서 지어지고 도시를 뒤덮고 있습니다. 인구는 계속 줄어들고 청년은 떠나가지만 건물은 어느 곳보다 높게 올라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건물이 주는 메시지에 착각을 하면 안 됩니다. 시각적으로 부산의 높은 건물은 도시의 경제력과 도시의 성공을 의미하지만 현실의 통계는 높은 청년 이탈률과 높은 노년인구 비중이 부산을 뒤덮고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